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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발명진흥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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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이루는 당신에게

IP 포커스 Ⅱ

꿀잠 책임지는
슬립테크

26년. 인간이 80세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 잠들어 있는 시간을 환산한 수치다.
그렇다면 현대인들은 이 시간동안 얼마나 질 좋은 수면을 취하고 있을까?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이 흔해지고, 소확행과 워라밸 트렌드에 발맞춰
‘잘 쉬는 것’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슬립테크(Sleep Tech)’가 각광받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사용자 수면의 질을 체크하고 솔루션을 제공하는가 하면
인체공학이 적용된 침구류 등으로 숙면에 도움을 주는 제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는 것.
잘 자고 싶은 욕망을 반영한 수면산업 열풍을 짚어보고 ICT가 접목된 관련 제품들을 살펴보자.

SLEEP INDUSTRY

현대인을 위한 수면산업이 뜬다

대한민국은 만성적인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직장인의 노동 강도는 높고 학생들은 일부 남아있는 야간자율학습을 하거나 밤늦게까지 학원 수업을 듣는다. 불규칙한 생활과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 역시 늘어나는 추세. 실제로 건강보험공단이 2016년 집계한 수면장애 환자 수는 2007년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수면부족은 뇌에 노폐물을 누적시키며 피로감을 쉽게 느끼게 한다. 우울감 등 심리적 문제도 생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잘 자고자 하는 현대인들의 욕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낮잠카페 같은 수면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나 수면을 관리해주는 슬립 코디네이터가 출현했고, 백색소음 등으로 수면을 유도하는 ASMR 콘텐츠도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수면산업 시장 규모는 연간 2조 원에 달한다. 이는 2020년까지 가파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출처_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 같은 현상은 세계적인 트렌드이기도 하다. 미국의 경우 수면산업 시장 규모는 20조 원, 일본은 6조 원에 달한다. 이중 ICT를 접목한 슬립테크에 대한 관심은 분명하다. IT 기술이 발전하면서 헬스케어 서비스가 활발해지고, 뒤이어 수면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 것이다.
우선 최근 스마트워치와 밴드는 대부분 수면의 질을 체크하는 기능을 내장하고 있다. 애플의 ‘애플워치’, 삼성전자 ‘갤럭시 기어’, LG전자 ‘어베인’, 핏비트 ‘알타’, 샤오미 ‘샤오미 밴드’ 등이 그렇다. 실제로 웨어러블 디바이스 기반의 모바일 헬스케어 분야 중 생체의 활동량과 심박동수, 수면 등의 정보를 측정하고 전송하는 기술의 특허출원은 모바일 헬스케어 기술 분야 중 가장 많은 특허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65%, 2015년 기준).
세계 3대 IT 전시회라 불리는 CES, MWC, IFA 같은 행사들이 최근 모두 슬립테크 제품을 앞다투어 선보이고 있는 점도 인상 깊다. 그 예로 지난 5월 열린 IFA 2018와 CES 2018에서 필립스는 센서로 뇌파를 분석해 뇌의 활동에 적합한 백색소음을 들려주어 숙면을 유도하는 ‘스마트 슬립 헤드밴드’를 내놓아 주목을 끌었다.


필립스가 선보인 스마트 슬립 헤드밴드(출처_www.philips.com)

필립스가 선보인 스마트 슬립 헤드밴드(출처_www.philips.com)

SMART MATTRESS

지능화된 침대, 관련 특허출원 활발

국내 기업 코웨이는 매트리스와 IoT를 결합한 ‘스마트베드 시스템’으로 CES 2018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스마트베드는 사용자의 수면패턴,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수면 방해 요소를 최소화해준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잠이 들면 수면 센서가 이를 감지하고 편안한 수면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실내등은 서서히 꺼진다. 또 사용자가 코골이를 시작하면 에어 매트리스가 목과 어깨 부위의 에어셀 압력을 조절해 코골이를 멈추게 돕는다. 코웨이는 이처럼 매트리스의 센서와 에어셀을 이용해 수면케어하는 기술에 대해 2017년 특허출원한 바 있다. 실제로 수면 중 뇌파, 심장박동, 산소포화도 등 생체신호를 측정해 코골이를 방지하고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실내의 온·습도나 침대의 기울기 등을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이 적용된 침대·매트리스가 꾸준히 출원되고 있다. 최근 10년간(2008~2017년) 총 100건이 출원됐고 2008년 3건에 불과하던 것이 2017년에는 29건을 기록했다. (주)퍼니스템이 2017년 출원한 ‘스마트 레스트 기능이 구비된 IoT형 침대’가 대표적이다. 침대에 설치된 센서가 사용자의 수면 습관과 건강상태를 비롯해 온·습도, 초미세먼지 상태 등 수면 환경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 이를 분석해 침대 각도를 조절하거나 침실에 설치된 가전기구를 작동시켜 적절한 수면환경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국내 기업 웰크론은 사용자의 코골이 소리를 인식해 머리 위치를 알아서 바꾸고 기도를 확보해주는 배게에 대해 특허를 획득하기도 했다.

코웨이 스마트베드 시스템 개념도
(출처_www.coway.co.kr)


출시 예정인 삼성 슬립센스
(출처_news.samsung.com)

TRACKER

수면패턴 읽고 알려주는 디바이스들

가구 등에 부착해 사용자의 움직임과 숙면 상황을 체크하는 제품도 등장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2015년 이스라엘 스타트업 얼리센스와 함께 숙면을 돕는 IoT 제품인 ‘슬립센스(SLEEP sense)’를 공개했다. 슬립센스는 기기를 매트리스 밑에 놓아두는 것만으로 사용자의 수면 패턴과 수면의 질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보다 건강한 수면을 위한 어드바이스를 제공해준다. 또 에어컨, TV, 오디오, 전등 등의 가전제품과 인터넷으로 연동해 편안한 수면을 위한 환경을 조성할 수도 있다. 비트컴퓨터는 2014년 ‘수면장애 검출 센서 장치’에 관한 특허를 취득하기도 했다. 수용자가 수면센서 장치를 잠옷이나 속옷에 부착하면 잠을 자는 동안 수면패턴을 분석해준다.
애플은 슬립테크를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 베딧을 인수하고 ‘수면 추적기’를 개발했다. 수면 추적기는 필름 형태로 제작됐으며, 침대 시트 밑에 설치하면 사용자가 취침 도중 언제 숙면을 취하는지, 코를 고는지 등을 기록해 수면 패턴을 분석하고 데이터로 기록한다. 향후 아이폰, 애플워치와의 연동을 추진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애플은 지난 해 ‘수면 패턴 추적’에 대한 특허를 등록한 바 있다.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등 컴퓨팅 장치가 수집한 데이터를 이용해 최적의 기상시간 알림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사용자의 수면 패턴을 파악하고 잠들기 위한 준비활동과 실제 수면 활동을 센서가 추적한 후, 다양한 수면패턴을 고려해 사전 설정된 알람을 자동으로 조정한다. 사용자가 다음날 7시 알람을 맞춰놓아도 잠드는데 30분이 걸렸다면 자동으로 알람이 30분 늦춰진다. 대신 달력 데이터를 고려해 약속이나 출근에 지장이 있다고 판단하면 작동하지 않는다.

매트리스 밑에 넣어두면 수면패턴을 분석하는 노키아 슬립(출처_health.nokia.com)

노키아는 올해 매트리스 밑에 넣어둘 수 있는 패드 형태의 수면 센서 ‘노키아 슬립’의 판매를 시작했다. 노키아 슬립은 총 수면 시간, 침대에 누워 잠이 들기까지의 시간, 규칙적인 수면 여부 등을 평가하고, 앱을 통해 수면의 질을 점수화해준다.
이동통신사인 LG유플러스도 통신사의 강점을 활용해 ‘IoT숙면알리미’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 역시 사용자의 호흡과 맥박, 뒤척임 수 등을 측정 및 분석해 종합적인 수면 상태를 점수로 환산해 앱에서 보여주고, 이에 맞는 수면가이드를 제공한다. 아울러 LG유플러스 홈IoT 플랫폼인 ‘IoT@home’을 통해 수면에 방해될 수 있는 조명, TV 등을 자동으로 꺼줘 숙면을 돕는다.

IoT숙면알리미(출처_LG유플러스 유튜브 공식 채널)

WELLNESS

꿀잠으로 이루는 궁극의 웰니스

슬립테크 기능은 의료 영역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기존 불면증 진단은 의사가 문진을 통해 환자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방식이라 정확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얕은 잠을 정확히 얼마나 잤는지, 코를 얼마나 골았는지 여부를 환자 본인이 인지하기 어려워서다. 반면 IoT 기술을 이용한 측정은 상대적으로 데이터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준다. 때문에 슬립테크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의료계와의 협업이 중요해 보인다. 헬스케어 업체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면, 의료 데이터를 활용하는데 있어 IT종사자들의 의료에 대한 지식이 낮아 데이터를 정제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것. 때문에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전문 의료진과의 협업과 커뮤니케이션이 관건이 될 것이다.
헬스케어에서 세분화되어 나왔지만 진정한 웰니스를 이룰 수 있는 슬립테크의 가능성은 이제 시작이다. 보다 다양한 기술과 아이디어가 글로벌 시장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길 기대해본다.

글 _ 김태환(테크M 기자)